몇 년 전 몽골에서는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울란바토르의 뒷골목은 지금까지도 <야인시대>에 나오는 김두한을 흉내내는 사내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이들은 복장조차도 <야인시대>에서 나온 옛날식 양복에 흰색 중절모를 쓴다는 것이다. 울란바토르 UB 게스트하우스 인근에는 <야인시대>에 나온 안재모 사진을 그대로 갖다 쓴 <야인시대> 레스토랑까지 있다.
몽골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야인시대>의 후광으로 울란바토르 시내 한국식당 <야인시대>도 인기다.
몽골에서는 TV를 틀면 언제든 한국의 드라마를 볼 수가 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비사막 인근 달란자드가드에서 나는 몽골의 한 가정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는데, 온 가족이 모여 밤 늦게까지 TV를 시청하고 있는 거였다. 바로 90년대 한국에서 방영된 되게 오래된 한국의 드라마였다. 내가 손짓을 하며 TV를 가리키자 드라마를 보던 몽골 부부는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다는듯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울란바토르의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한국영화 비디오테잎과 한국에서 수입한 영화를 그대로 복제해온 영화가 인기다.
울란바토르 국립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중심가에는 한국식 미용실이 꽤 많이 들어서 있다.
몽골에서 한류 바람이 분 것은 꽤 오래되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한창 한류 붐이 일어날 때 몽골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몽골이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것은 드라마나 가수 등 특정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류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0년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몽골은 한국을 경제모델로 삼았고, 몽골의 젊은이들도 한국을 ‘동경의 나라’로 여기기 시작했다.
한국의 화장품 가게 <미샤>와 한국 문구점 <모닝글로리>.
지금도 울란바토르 국립백화점 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에서 건너온 화장품 가게 ‘미샤’와 한국의 문구점 ‘모닝글로리’, 한국식 이름의 간판을 내건 미용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미용실의 창문에는 김희선을 모델로 한 화장품 광고가 몽골어 카피로 걸린 풍경도 볼 수 있다. 휴대폰도 울란바토르에서는 SK텔레콤이 인기다. 이곳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연예인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꿈으로 여기는 젊은이도 많다. 몽골을 대표하는 울란바토르대학에서는 한국어를 아예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울란바토르에서 만나는 대학생들과는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이다.
울란바토르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정>과 <서울의 거리>.
몽골에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중고차가 울란바토르에 다 있다. 어떤 버스는 강남학원 간판을 달고 혹은 서울의 노선과 번호판을 버젓이 붙이고 시내를 질주한다. 어떤 승합차는 아직도 무슨무슨 태권도학원이거나 유치원 이름을 그대로 붙여놓고 있다. 중고차일지언정 차가 한국산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1990년 한몽수교 이후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따로 ‘서울의 거리’가 한복판에 생겼고, 한국식 정자인 ‘서울정’도 국립백화점 건너편에 생겼다.
울란바토르 자이산 남쪽에 자리한 이태준 선생 기념공원.
사회주의 혁명기념 승전탑이 있는 울란바토르의 자이산에는 항일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이태준 선생(1883~1921)의 기념공원도 남쪽 기슭에 자리해 있다. 사실 우리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전쟁고아를 받아 보살펴준 나라도 몽골이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한 이후 민간교류가 꾸준히 늘어난 것도 한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울란바토르에는 한인수퍼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과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꽤 많은 편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슈퍼마켓 ‘MK마트’는 울란바토르를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슈퍼마켓이다. 이곳에는 한국의 김치를 비롯해 컵라면과 라면, 밑반찬 류가 대대수 구비돼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유명한, 론리 플래닛에도 등장하는 UB 게스트하우스도 운영자가 한국인이다. 그러나 최근 UB 게스트하우스는 한국인 푸대접과 바가지 요금으로 여행자들 사이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울란바토르 대학의 학생들은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므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사실 울란바토르에서 소매치기보다 무서운 게 한국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여행사 대표는 말이 통한다는 것과 한국인이라는 인연을 강조하며 오히려 한국인 등쳐먹는 짓거리를 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나 또한 피해를 당한 당사자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처럼 당한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홉스골이나 고비를 간다고 했을 때, 이들은 통상적인 경비의 2~3배쯤 바가지를 씌우곤 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예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왕창 떼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일행은 예약을 취소해 위약금을 물고도 여행사에서 제시한 금액의 절반 정도로 홉스굴을 여행하고 왔다. 어디를 가나 한국인이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등쳐먹는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울란바토르에서는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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