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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외국인 번역가들 "박지원 열하일기는 세계 명작 수준"

침미다래 2007. 9. 11. 17:41

외국인 번역가들 "박지원 열하일기는 세계 명작 수준"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9-10 19:24 기사원문보기

“한국문학은 황석영 소설에서 보이듯 역사적 특수성이 매력이다.”(유코·일본)

“김동리, 이문열처럼 특수성보단 보편성이다.”(한매·중국)

“고전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이다. 연암 박지원은 세계명작에 들어갈 만하다.”(최양희·호주)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외국인 번역가 7인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문학을 이야기했다. 지난주 입국한 이들은 한국문학번역원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2∼4개월간 한국을 체험할 예정이다. 체코 중국 일본 호주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온 번역가들은 한국문학의 매력, 번역의 어려움, 한국문학의 세계화 방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각국의 ‘지한파’인 이들은 수준급 한국어로 세계 속 한국문학의 위상과 실상을 털어놓았다.

#외국 번역가가 본 한국문학

외국 번역가들이 꼽은 한국문학의 개성은 각각 달랐다. 대부분 사회 참여적 요소를 한국문학의 특징으로 꼽았지만, 일부는 보편성을 거론했다. 일본 번역가 유코는 “한국 소설의 특징은 역사와 사회가 짙게 반영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박경리의 ‘토지’를 번역한 독일 번역가 헬가 피히트도 역사성에 관심을 둔다. “한국 문화를 거의 모르는 유럽인에게는 역사를 알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에서다.

중국 번역가 한매는 “한국 순수소설에서 보편성을 발견한다”며 “사회성을 강조한 중국 작가의 작풍 탓에 한국 소설의 세밀한 내면세계가 흥미를 끈다”고 말했다. 호주 번역가 최양희씨는 “현대인에게도 감동을 주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한국 고전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세계 독자가 본 한국문학

영어권 독자에겐 아직 한국문학이 낯설지만 일본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읽힌다.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은 일본에서 2000부 이상 팔렸다. 유코는 “2000부는 대단한 판매량”이라며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도 그 정도 나간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무녀도’가 포함된 김동리 선집이 50만부 이상 팔렸다. 주로 30∼50대 장년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뉴질랜드 번역가 스티븐 엡스타인은 “원래 미국 호주 사람은 번역작품을 잘 읽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요즘은 만화, 영화 등 한류가 유행이라 10∼20년 전보다 관심이 높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체코에선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님의 침묵’을 번역한 그루베로바는 “한국 시집을 스스로 찾아 읽는 체코 독자가 있을 정도”라며 “보편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면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분명히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히트는 “독일 출판사가 여전히 보수적이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내가 번역한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재판을 찍었다”고 말했다. 최양희씨도 “‘한중록’을 영국에서 출판할 때, 출판사 측은 홀대했지만 서평 전문가에겐 좋은 평을 받았다”면서 “현대적으로 번역하면 외국 독자들은 한국 고전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속내까지 번역해야

유럽·영미권 번역가들은 ‘한국어’ 자체를 가장 큰 애로점으로 들었다. 언어구조, 문법, 어휘가 영어와 완전히 달라 한국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피히트는 “‘검다’라는 단어는 영어로 ‘블랙’ 하나지만, 한국 고유어로 무려 30개가 넘는다”며 웃었다. 스티븐슨도 “뜻은 알지만 적확한 영어 단어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운다”며 영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 유럽·영미권 번역가들은 한국어에 친숙한 일본·중국 번역가를 부러워했다.

유코와 한매는 고개를 젓는다. 유코는 “일본어와 한국어는 공통점이 많지만 문학작품 번역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한매도 “똑같은 한자어라도 그대로 번역하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어 번역은 누구에게나 힘들다”고 덧붙였다. “단어와 문장을 사전적으로 옮기는 작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원작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필링’까지 간파해야 성공적인 번역”이라는 유코의 말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피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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