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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촛불폐인으로 살아온 어언 6개월

침미다래 2008. 11. 9. 17:19

정확하게 기억하기로는

4월30일경에 처음 아들넘 손을 잡고 광화문에 나갔더랬습니다.

 

중고등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청계광장에 모여

손에 손 촛불을 들고 '너나먹어 미친소!'를 외치고 있는 모습에

너무 놀랐습니다.

자칭 민주인사이자 6.10민주항쟁의 정신적 지주임을 자부하는 제게도

그모습은 너무나 진보(?)적이었지요.

 

실은 정말로 정말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인간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오르던날

저는 바로 '이명박탄핵' 카페 (후에 안티이명박)에 가입하고

모든 뉴스로부터 최대한 자신을 격리시켰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들에 보고서를 보낼 때도 (프리랜서로 가벼운 돈벌이를 하고 있

습니다)

한번도 그의 이름뒤에 대통령을 붙인적이 없습니다.

(쥐새끼라고 하고 싶은 걸 꾹꾹 눌렀답니다)

 

그런데 저 어린 소녀들이

대통령을 '너'라고 외치고 있음에

저는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들은 그랬습니다.

애들이 워낙 귀하게 자라신 몸들이라

자신들을 아무렇게나 취급해 아무거나 먹이려는 현정부를

불신하게 된 거지

아무 생각없는 애들이라고...

 

저는 그소녀들에게서 숨어있던 저의 분노를 발견하고는

5월이 되자 거의 직업이 된 양

가정을 버리고 길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저와 비슷한 맘으로 등장한 세력들이 많았으니

적들의 표현에 의하면 숨어있는 좌빨(?)들이었습니다.

 

솔직히 커밍아웃하자면

저는 말로만 6.10의 정신적 지주였지

대학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몰래바이트(당시에는 과외가 불법)를 하고 있었고

절대로 취업을 못하면 안된다는 절박감으로

입사시험준비에 거의 목을 맨 상태였기에

일부 과격한(?)운동권 친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은 상처가 있습니다.

(제가 생긴것과는 달리 절대 이기적인 깍쟁이가 아니라는 걸 넘들이 몰르더군요!)

 

아무튼 그에 대한 부채의식때문이든

내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해서였든

저는 길거리의 386아줌마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아이들 저녁을 무조건 5시50분이면 먹이고 바로 시청앞으로 청계천으로

달려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잊혀져간 민중가요를 퍼질러 부르고

마침내 가투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6월이 오자

점점 그 열기는 가속화되었고

이렇게 좀 더 박차를 가하면 까짓꺼 저 정권 하나는

무너뜨릴 수 있을거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역사가 그랬듯이

보수꼴통들의 반격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처음엔 약간의 재미로 외치던 우리의 구호와 우리의 평화적인 가두시위가

갑자기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설마설마하던 최루탄과 물대포가 등장하고

사람이 다치거나 연행되어 가는 등

절대 재미가 아닌 상황이 되어 갔습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386을 포함한 기성세대들의 새로운 등장으로

우리의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해본 것도 없이

우린 공권력의 이름으로 탄압받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앞광장에서 남대문으로 을지로로 신문로로

혹은 종각에서 효자동으로

우리의 대오는 이어졌지만

쥐새끼 일당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던 겁니다.

저는 운동권도 아니고

전술가도 아니기에 우리의 대오가 어떤 오류를 범했고

어떻게 이용당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남대문을 지날 때는 "명박이가 해먹었다!:"를 외치고

경찰청앞에서는 "니도 한번 맞아봐라 물대포를"외치면서

이 정권을 비웃어주고

가투로 지친 서로를 위로하면서

함께 가자 이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를 부를 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이제 반백의 머리를 휘날리며

허리며 다리야를 외치면서도

이땅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다시금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386 선후배 동료들이

너무도 존경스러웠습니다.

 

7월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이제 가투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점점 악랄해지자

누군가의 제안에 의해

우리 동네에는 촛불모임이 생겨났습니다.

첫날 서로 쭈뻣쭈뼛한 태도로 만나서

어언 넉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모임은 처음 촛불만 들고 침묵시위를 하던 것에서

점점 진화하여

쥐새끼 바로알기 ,조중동 바로알기에서 부터

현 쥐새끼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폼보드 전시,

아울러 대 지역주민 홍보 문화제까지 여는 등

우리의 전투력은 날로 배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임의 성격상

자발적이고 자기 희생이 따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거대담론에 힘입어

사소한 갈등들은

소통으로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저 쥐새끼정권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 소통의 문제입니다.

우리 민주세력들은 대화와 타협으로 소통을 해가고 있다는 점이지요.

 

앞으로

우리 지역촛불에 마저도

어떤 탄압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때대로 나름의 투쟁방법들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그 어두운 유신독재와 서슬퍼런 전노일당아래서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은 결코 도루묵된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들은 우리를

웬만해선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민주의식은 지난 10년동안 엄청나게 성장하고 기대수준도 높아졌으니까 말입니다.

 

처음 불과 몇개월만

빡세게 반정부 구호 외치고 시위하면

이정부가 물러날 줄 알았던 저의 단순무지함을 반성하면서

이 기나긴 싸움을

악랄하면서도 질기게 또박또박 해나가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루한 싸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미래

아니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싸워나가야 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최근엔 안그래도 좁은 대인관계가 더더욱 좁아졌습니다.

코드안맞는 사람들을 아예

휴대폰 목록에서도 지워버렸습니다.

다른 분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지만

저는 아닌사람은 죽을때까지 변하지 않음을 알기에

더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들과 절연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도 짧은 한평생인데

그 꼴통들과 싸우거나 토론할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입니다.

 

서프에 좋은 글 올려주시는 여러분들

모두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뜻에서

아침에 긴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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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프라이즈

글쓴이 : 386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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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 시민으로서 존경과 감사와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같은 깨어있는 분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희망, 정의, 용기, 진실, 사랑 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 한열사에 계신 촛불애국시민께도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慧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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