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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에 살아보니] 독특해서 매력있는 한국어

침미다래 2008. 4. 7. 17:27
[한국에 살아보니] 독특해서 매력있는 한국어
 
[경향신문] 2008년 04월 04일(금) 오후 05:45
 
 
내가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한국의 문자, 즉 한글은 하루 안에 배울 수 있고 그 체계가 과학적이다. 반면 일생에 걸쳐 습득해야 하는 뜻깊은 한자와의 배합은 실용성과 복잡성의 통합을 상징한다. 어휘상으로는 의태어, 의성어, 형용사가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어는 다른 언어와 비슷하지 않고 유래가 잘 설명되지 않은 고립된 언어라서 매료되었다.

한국어의 유래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에게서 한국어가 알타이어족(또는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다. 반면 서양 언어학자 중에는 알타이어족으로 인정하는 학자가 많지 않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한국어가 고립된 언어라는 것이다.

알타이어족 이론은 터키어와 동족 언어, 몽골어와 동족 언어, 동부 러시아와 북부 중국에서 쓰는 퉁구스어족이 다같은 어족에 포함된다는 이론이므로 논쟁이 많다. 우랄알타이어족 이론은 핀란드어와 헝가리어가 있는 우랄어족도 포함되는데, 20세기 초반에 이를 주장하는 학자가 많았지만 지금 이 이론을 인정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이처럼 논쟁이 많은 이유는 유형학적으로 비슷하지만 확고한 동계어(同系語)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유래를 연구하는 역사언어학자들은 동계어(즉 2개 이상의 언어에 나오지만 공통적인 조어에서 같은 어원이 있는 말)를 비교방법으로 검색해서 음향 일치를 찾는다. 한국어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하더라도 관계가 가깝지 않은 게 틀림없다.

원래 한국어와 다른 언어의 유래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를 알아보았다. 알타이시스트(알타이어족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쓰는 웹사이트와 책을 통해 동계어를 조사했다. 그렇지만 실망했다. 그 많은 가설 동계어 어디에도 의미와 발음이 일치되는 것이 없어 그 이론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한국어가 고립된 언어라는 이론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언어는 대부분 어족으로 분류되는데, 고립된 언어는 다른 언어와 같은 뿌리가 없다. 서유럽의 바스크어와 북부 일본의 아이누어도 고립된 언어다. 언어학자는 보통 언어의 유래에 관심이 많아 고립된 언어에 매료된다. 한국어는 수천 년 동안 한반도에서만 쓰이고 있으므로 고립된 언어라는 이론이 적당한 것 같다.

한국어의 유래를 연구하는 데 어려운 점은 고대, 중세 한국어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인도유럽어족의 대표 언어인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만큼 역사가 길지 않고 비교할 만한 유사 언어가 없어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독특한 언어이다. 한국인에게 자신의 모국어가 다른 언어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은 불편한 점이겠지만 언어학자들에게는 매우 매력 있는 것이다.

〈 리처드 어스틴 / 나우특허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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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어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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